“새벽 5시 30분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뜬다. 병원 중환자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담당하고 있던 독거노인 수급자 할머니께서 새벽에 돌아가셨고, 영안실 안치 등 장제에 관해 확인 차 전화가 온 것이다. 항상 이런 것은 아니지만, 연고가 없는 복지대상자는 사회복지담당자인 내가 보호자다. 독거노인 장례식 위임 및 병원비 정산 등 행정적인 부분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다. 이미 9시 이전부터 2~3인의 민원인이 기다리고 있다. 업무 준비도 하기 전에 오는 민원인은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진다. 나는 일명 민원창구 앞줄에 앉아 민원인을 첫 대면하며 상대하고 있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범위는 참 넓고 많다. 우선 장애인등록 관련 위탁심사와 장애연금, 장애수당, 장애인차별관련 표지발급 등 장애인복지를 맡는다. 또한 고속도로 할인카드 발급, 근로 가능한 수급자로 자활대상자 희망리본상자 발굴과 조건 유예자 확인 업무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능력자에 대한 일제조사 업무, 이웃돕기, 문화이용권, 스포츠이용권, 초·중·고 교육비신청, 무상보육료 지원, 여행이용권, 사례관리 등이 줄지어 기다리고, 긴급지원 차상위계층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일정 기간에 몰리는 교육비 지원이나 보육료 지원 업무는 태산을 혼자 떠안고 가는 심정이다.”(어느 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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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늘어나는 복지정책과 함께 사회복지사의 근로환경 개선, 인력수급, 처우 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올 들어 세 명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근무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와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투신했고, 지난 19일에는 울산시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자신의 승용차에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복지계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목숨도 잃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앙정부로부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내려오는 복지업무는 13개 부처 292개 업무다. 이 모든 업무는 동 주민센터에 있는 1~2인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밝힌 ‘자신의 업무사항’에는 ▲복지대상자 초기상담(복지대상자 초기상담 내방 및 전화, 모든 복지업무에 대한 행복e음 전산입력, 대상자 전후 사후관리) ▲국민기초생활(생계급여, 주거급여, 장제·해산급여, 교육급여, 도시가스·전기요금 감면 대리신청, 디지털TV 대리신청) ▲자활지원(희망리본대상자 관리, 희망키움통장, 사회적일자리, 지역자활센터, 근로유지형,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연계, 시청 일자리센터연계) ▲장애인복지(장애인등록·신청·위탁심사, 복지카드관리, 장애인차량, 장애인일자리, 장애인보장구 신청, 장애인환경개선, 장애슈당확대, 장애수당차등지급, 장애연금, 장애인활동보조인 확대, 장애아동바우처, 시각장애 안마바우처, 여성장애인출산비용,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 외국인 및 재외동포장애인등록) ▲노인복지(기초노령연금, 등급외 판정시, 노인장기요양, 묘지관리) ▲한부모가족지원(학비지원, 학습재료비지원, 전세자금융자, 대상자 사후관리) ▲보육료(무상보육료지원, 유치원지원, 양육수당) ▲아동·청소년(청소년증 발급, 청소년특별지원, 청소년 한부모 지원, 가정위탁아동신청·상담, 결식아동 G 립카드, 디딤씨앗통장 저소득자녀대상) ▲사회복지일반(불우이웃돕기, 지역자원개발 및 서비스연계) ▲주거복지(LH전세·매입임대, 영구임대, 장애인특별분양공급 및 임대) ▲의료급여(1·2종 수급자, 국가유공자 및 기타 의료급여 관련업무, 차상위 의료급여) ▲보건일반(희귀난치성 의료비지원 보건소 연계, 암 의료비 지원 보건소 연계, 소아암 의료비지원 보건소 연계)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바우처(문화바우처→문화이용권, 스포츠바우처→스포츠이용권, 여행바우처→여행이용권) ▲이웃돕기(공동모금회 모금을 동 주민센터로 위탁해 한시적으로 모금활동, 모금된 현물 전달) ▲특수시책(경기도의 경우는 무한돌봄, 긴급생계, 의료비) ▲사례관리(사례관리 요청, 사례관리 회의 참석) ▲인적관리(복지위원 3년간, 공공근로신청, 사회복무요원관리, 자활근로복지도우미관리, 장애인행정도우미관리, 초·중·고임시직 관리) ▲초·중·고 교육비신청(수급자 및 저소득 교육비 신청) ▲동 주민센터 공통업무(자치단체 관리, 총·대선 등에 선거업무, 민방위, 거주사실조사, 각종문서 보고 및 계획 수립, 지역에 따라 군사지역)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복지업무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한 업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는 개인문제와 가족문제, 취업문제와 경제문제 또는 건강문제 등 중첩된 것이 보통.”이라며 “사례 현안을 해결했다싶으면 보이지 않던 또 다른 문제가 관건으로 드러나 답답할 때가 많다. 하나를 벗기면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는……. 초기상담을 통해 신청서류를 받고 접수가 완료되면, 자격심사 후 결정내용과 결정에 따른 복지혜택을 안내하고 관련 서비스로 연계한다. 또한 대상자 가정에 제공되는 관련 서비스를 연계해 복잡한 욕구를 파악한 뒤, 사례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과연 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찾아오는 내방 민원인과 복지 상담을 하고,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데 온 시간을 써도 모자라다.”며 “새로운 민원과 기존 민원을 응대하기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업무는 계속 늘기만 한다. 동 주민센터 담당자로서 생소한 복지서비스가 있는지 조차도 확인할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깔때기행정’에 막힌 ‘깔때기 인생’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현재의 복지행정을 ‘깔때기행정’이라고 표현한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수많은 복지공약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늘어나지 않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깔때기’에 막혀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가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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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은희 부위원장. | ||
먼저 박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선별적 복지가 주로 이뤄지다 보니, 사회복지의 성격이 수혜·시혜적이다. 그러다보니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만나는 사람은 ‘매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사람들’, ‘사회적 낙오자’라는 편견이 심각하다. 그래서 이들이 갖는 감정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사회복지사는 상담하면서 부정적인 감정과 늘 대면해야 한다.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라 깊이 동감하고, 이해하고, 감정이입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노동’ 소진이 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부위원장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 대한 인력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인력문제’다. 모든 행정환경은 변하지만, 특히 사회복지는 지난 10년 동안 정치권이나 사회적으로 큰 사회적 화두였다. 그러면서 보편적 서비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보육업무를 예로 들면, 지난해까지는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전체 보육어린이의 대상을 70%로 잡았다. 올해는 30%가 더해져, 전체 어린이 수가 30% 늘어났다. 이처럼 사회복지 환경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분화되는 것에 비해, 인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인력대책을 무성하게 내놓지만, 현장에서 보면 사회복지 인력의 부족을 일반 행정공무원이 대처하고 있다.”며 “사회복지사 1인과 일반행정직 1인이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면, 1인의 보충인력이 왔을 때 행정직을 빼고 배치한다. 결과적으로 다시 2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에 따르면 전국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절반은 사회복지사, 남은 절반은 일반행정직이다. 사회복지사가 늘어나 사회복지직 인력이 충원돼도, 정작 현장에서는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행정 전체가 ‘총액인권비제’ 때문이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도 크다. 보편적 복지가 들어오고 있으나, 행정현장에서는 여전히 선별적복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수요가 늘다 보니까 정말 상담이 필요하고, 서비스·지원이 필요한 사회복지대상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며 “이번 달에는 영유아복지가 무상복지가 됐다. 사회복지사에게는 ‘이번 달까지 국가의 목표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다른 민원은 뒤로 미뤄라’라는 지침 아닌 지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일반행정공무원들에게 기피대상이 되는 ‘사회복지 업무’
지난 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도 성남시의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업무를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사실상 신규직원이지만, 새로 임용된 수습직원을 가르쳐야 했다. 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담당하던 지역은 인구 5만여 명의 주민센터로, 만 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659인, 기초노령연금 신청대상자 800인,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290인, 장애인 1,020인 등 5,000여 명의 업무를 사실상 혼자 맡아온 셈이다.
일반행정공무원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업무를 함께 나눠서 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박 부위원장은 “사회복지직렬은 공무원이 될 때 이미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상태며, ‘퇴직할 때까지 평생 사회복지업무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힘든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일반행정직에게는 기피부서가 된다.”며 “사회복지업무는 ‘사회복지직렬이 일하는 곳이고, 일손이 모자라서 잠깐 온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오는 갈등을 ‘사회복지직렬과 일반직렬의 갈등조장’이라고 말하는데, 전체 구조·제도적 문제가 내부의 갈등으로 드러난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사회복지사는 폭력에 시달리고… 민원인은 범죄자가 되는 현실
“알코올 의존이라는 가면을 쓰고 인간적인 모욕을 당할 때면 나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상식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난 오늘도 술을 마신 채 찾아온 민원인에게서 평생에 들을 욕을 한 번에 다 들었다.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는 수급자가 신나통을 들고 들어와 소란을 피운 적이 있다. 예민한 취약계층의 삶의 끈을 좌지우지 할 수 도 있는 업무특성 상,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의 민원행정 스트레스는 때로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근로안전권과 생명권이 위협받는 현실에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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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성남시 통합조사팀의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수급비가 줄어든 것에 불만을 품은 수급권자에게 얼굴, 목, 손 등을 네 차례 이상 찔려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 ||
박 부위원장은 “지난 2007년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시·군·구에 통합조사팀이 만들어졌다. 과거 읍·면·동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신청이 들어오면 방문조사를 거쳐 기초생활수급자로 확정했다면, 이제는 수시로 방문해서 상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지원하는 형태.”라며 “하지만 빠르게 변하고, 많은 업무가 들어오다 보니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기초생활수급자를 만나면 ‘단순히 재산·소득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가족사, 가족내력, 병력, 학력, 소득, 재산 등을 총체적으로 다 조사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있다면, 일용직인지, 일용직이라면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는지, 일주일에 몇 번 출근하는지, 얼마를 버는지 모두 조사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사항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서류만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가정을 방문·확인하는 ‘복지업무의 특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제도상으로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클릭’만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은 ‘낮에는 민원을 받고, 밤에는 공문을 처리하고, 주말까지 나와서 남은 일을 해도 수급자와 상담을 하지 못하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민원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못 들어준다’며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고, 국가를 향해 생기는 불만의 화살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회복지사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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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응급수술을 보호자와 시·구청 관계자들이 수술상태를 지켜보며 대기하고 있다. | ||
박 부위원장은 “영유아복지만 해도 기관과 어린이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단위업무’로 보기 때문에 거의 1인이 맡아 보조금 지급·관리 등 총체적인 업무를 담당한다.”며 “혹시나 문제가 터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담당공무원에게 돌아온다.”고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당연히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시설·단체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설·단체 입장에서 보면 1:1이지만, 사회복지사 입장에서 보면 1:다수가 된다.”며 “제도와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가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 부정적으로 향한다. 폭력의 수의는 이미 도를 넘은지 오래됐지만,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또한 “한 민원인이 사무실을 방문해 행패를 부리면, 일반행정직은 ‘나가라’고만 해도 별 탈이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잘 처리하지 못하면 ‘사회복지사가 그것하나 처리하지 못하나’라는 비난이 뒤따르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일명 ‘꼴통망’으로 몰리는 범정부정책들
사회복지통합전상망(이하 사통망)과 ‘범정부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가 다 집결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사통망을 ‘불통망, 꼴통망’이라고 부른다.”며 “수급자 가족에 대한 정보를 넣으면 관련한 정보를 다 볼 수 있어 편리하지만, 처음 도입될 때부터 속도가 너무 느려 일을 두 번 해야 한다. 찾아온 민원인에게 서류와 도장을 먼저 받고, 나중에 컴퓨터로 입력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현실을 짚었다.
지금도 과부하가 걸린 사통망인데,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업무 297개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재앙’까지 다가오고 있다. 각 부처에 흩어진 사회복지 업무가 합쳐지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업무를 일원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 부처에 수 많은 정책을 사통망으로 가져온다. 같은 사회복지업무라고 하더라도 각 부처마다 기준과 지침이 다르고, 서류도 다르다. 이미 책정돼 있는 수급자의 재산 조사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 ‘행정 낭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이나 전산망 등의 조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차근차근 준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모든 책임을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지침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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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성남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 언론보도에 대해 일부사람들은 ‘일을 그만두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나’라고 반문한다.
박 부위원장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의 현재 심정에 대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과 포기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공직사회의 특성상 공무원이 정부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며 “공무원은 정부정책을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소위말해 ‘찍’히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합당한 정책이나 대안·조치가 아닌, 손해만 오기 때문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노동 조건과 상관없이 ‘좋은 직업, 고위층’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는 것.”이라며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보니,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올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모두 경력이 길지 않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었다. 이들은 ‘공무원 됐다’고 축하받으며 들어왔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힘들고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절망한다.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쉽사리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입장이지만,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구성된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끊임없이 이러한 문제를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왔으며, 보건복지부도 현장의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속되고 있는 인력이나 예산의 문제는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와 연관돼 있어,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사회복지사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일이 많아서 내가 힘들어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이 많아서 깔때기 현상으로 어떤 복지도 전달되지 않아요’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충원, 전달체계, 전산시스템 및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충족돼야
‘죽어가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복지계는 △인력충원 △전달체계 개편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내세우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보편적복지가 화두지만, 현장을 보면 ‘정말 복지를 할 생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있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만약 이 상태로 방치된다면 정부는 사회복지를 정치·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밖에 결론 내릴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미 효과·효율적 전달체계는 관련 학회를 통해 나와 있다. 정부가 관심이 있다면 전달체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질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인력 충원, 전산시스템을 비롯한 전달체계개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은 계속해서 제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실을 비판했다.
